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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아내가 눈물 콧물 흘리며 경매했던 재송동 빌라 (2편)

by 인테리어 전문가 김팀장 2024. 3. 12.

 

세입자분께서는 약속했던 이사날짜에 맞춰서 짐을 다 빼주었다.

아내와 내가 확인을 하기위해 집에 방문했을 때 집은 깔금하게 비워져 있었다.

전기세와 수도세 완납여부를 한전과 수도공사에 전화해서 확인도했다.

 

그날 처음 뵌 전 세입자 분과 간단히 인사하고 집 내부를 둘러본 후 명도확인서를 드렸다.

 

아내는 상기된 얼굴로 전 세입자 분께 질문했다.

"혹시 테라스에서 삽결살도 구워먹고 하셨었나요?"

 

그 질문을 받은 전 세입자분은 예상못한 질문에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예~ 처음 이사왔을때 한두번이요..."

그리고는 집 밖으로 나가셨다.

 

아내와 나는 다시한번 빈 집을 찬찬히 둘러보며 혹시나 수리할곳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런데 건축된지 5년 정도 된 빌라이기에 양호한 상태일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집은 매우 지저분했다.

 

우선 큰방과 작은방에는 결로로 인한 곰팡이가 심해서 도배가 필요해보였다.

 

그리고 싱크대, 쿡탑, 수전또한 연식에 비해서 상태가 안좋았다

사진에 찍힌것보다 실제는 훨씬 부식이 심했고, 싱크대 서랍장 경첩또한 마찬가지였다

화장실 내부도 타일과 줄눈에 곰팡이가 심해서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여기서 씻고 용변을 본 것일까 의문스러운 상태였다. 내가 촬영한 사진에는 비교적 양호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줄눈 사이사이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있었고, 환풍기 또한 청소를 하는 것 보다 새것으로 교체하는것이 나아보였다.

테라스에는 나무 테이블이 하나 있었는데 세월에 부식되어서 손으로 힘을주면 바스라질 정도라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샤시가 가장 공치덩어리였는데, 유리면에 본드자국이 남아있고, 샤시 틀 사이 사이에 검은 때가 눌러붙어있었다. 이런경우에 입주청소를 부르면 추가요금이 나올것이 뻔했다.

 

마지막으로 개와 고양이 털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온 집안에 동물의 털이 뭍어있었는데, 나중에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 세입자가 개2마리와 고양이2마리, 합쳐서 4마리의 동물을 길렀다는 것이다.

벽, 싱크대, 샤시 화장실 배수구 가릴거 없이 동물의 털이 가득했었다.

나중에 이 집의 인테리어를 셀프로 하고나서 나는 동물털에 노이로제가 생겼다.

산책하는 반려동물만 보아도 혐오감이 생길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변 이웃이 들려준 재미난 이야기 하나가 있다.

5층 테라스에서 뛰어놀던 고양이들이 종종 1층에 떨어지곤 했다는데,

그때마다 아랫층 아저씨가 애지중지 기르는 화분과 나무를 박살내놓는 통에 아저씨가 노발대발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떨어진 고양이는 하나도 안 다치고 주인이 올때까지 1층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아무튼 예상보다 집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서 자금 계획을 할 때 인테리어 비용을 500만원으로 계산해놓았기 때문에 그 금액 한도 안에서 최대한 예쁘게 집을 꾸며놓으면 매매든 임대차든 가능할거 같았다.

 

내가 천천히 집을 살펴보며 인테리어 방향과 견적을 생각하는 동안 아내는 벌써부터 집 꾸미기를 할 생각에 마냥 신이 난 것 같았다.

여전히 집을 다 꾸미고 난 후 매매 하기전에 테라스에서 삼겹살파티와 티타임을 즐길 상상을 하고있었다.

 

아내는 유튜브와 경매책에서 본 것처럼 셀프 인테리어를 꼭 해보고 싶다며, 나를 돕고싶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대략의 자재들을 구입하고 셀프인테리어 첫 날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아내와 나는 작업복을 입고 걸음도 힘차게 낙찰받은 집에 들어섰다.

첫날 나는 샤시를 먼저 리폼하기로 했다.

 

이 집의 샤시는 하이샤시 2중창이었기 때문에 교체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첫째로, 실리콘에 검은때와 곰팡이가 심해서 실리콘 코킹 작업을 다시 해야했으며, 둘째로 유리에 본드자국이 심해서 이것을 제거해줘야 했다. 셋째는 샤시틀에 검은때가 너무 심하게 눌러붙어 있었으며 동물 털 또한 기본으로 엉겨붙어있었다.

 

이것들을 제거 및 청소해주면서 실리콘 작업을 해야 하는데 2일정도 소요될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인테리어 현장에서 오래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위의 작업이 크게 힘든것은 아니었지만, 전 세입자가 집을 더럽게 사용한 탓에 손이 많이 가는것은 어쩔수 없는것이었다. (세입자님들 집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세요 ㅠㅠ)

 

우선 창문들을 다 떼어내서 테라스로 옮기고 난 후

 

나는 창문에 붙은 본드와 기존의 실리콘을 제거하고

아내에게는 청소도구를 주고 창틀에 눌러붙은 검은때를 닦아달라고 했다.

 

약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아내가 잘 하고있는지 궁금했던 나는 그녀가 일하고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한시간동안 창틀을 고작 손바닥 반만큼만 닦아놓고서는 나를 보고

"여보~ 이것봐라~ 내가 이만큼이나 닦았어~"

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나서

"이걸 한시간동안 매달려서 닦고 있으면 어떡해!!"

라고 언성을 높여 버렸다.

 

그러자 아내는 잠시 멈칫했다.

곧이어 동공이 커지고 입술이 떨리더니 테라스 5층에서 고양이 떨어지듯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차... 내가 큰일을 저질러 버렸구나...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보는 아내가 서툴다고 짜증을 내버리다니 내가 어리석었다

 

아내는 열심히 돕고있는 자신을 남편이 칭찬해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짜증을 내는 내가 많이 미웠다고 한다.

 

게다가 나중에 내가 창틀청소를 직접 해보니 창틀에도 본드같은것이 검은 때와 함께 눌러붙어 있어서 도무지 쉽게 떨어지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

 

 

그렇게 첫날부터 아내는 셀프 인테리어 하다가 울고 나도 덩달아 힘들어져 버렸다.

 

그날 하루종일 사과도 하고 저녁에는 아내와 삼겹살에 소주도 먹으며 화해를 했다.

 

다음날 마음이 불편했던 나는 아내에게

"여보는 현장에 안 와도 괜찮아 내가 혼자서도 다 할수 있어."

라고 이야기 했지만

 

아내는 기어코 떼를 쓰며 인테리어를 돕겠다고 따라왔다.

그런 마음이 참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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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자리를 빌어 아내에게 고백하자면.... 사실 혼자 일하는게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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